검정고시No.1 검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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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후기/합격수기

무기력한 중퇴생들에게 -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유정은합격한다반박불가 0
중학교 때부터 공부를 놓고 살았습니다.
철부지였다고 해야할지 말썽만 피우며 내멋대로 살다보니 어느새 상상만 했던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내 모습은 상상만 했던 즐겁고 재미있는 고등학생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저는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유로 해야 할 일은 미뤄놓고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리는 것에만 모든 시간을 소모했고 그 결과 고등학생이 된 제게 남은 것은 없었습니다. 모두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가운데 그저 영원히 아이이길 바라는 그릇된 이상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주변과의 격차가 명확해지니 저는 스스로 자존감을 깎아내렸고 그렇게 사랑스러웠던 사람들의 북적임과 관심은 더이상 기쁨이 아닌 부담과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무렵부터 학교에서의 전 고장난 테옆인형과도 같았습니다. 이제 학교란, 제게 교류와 교육의 장이 아닌 그저 이질적이고 불편한 공간으로 여겨질 뿐이었습니다. 중퇴를 고민하니 누군가는 그것을 ‘도망’이라며 비하했고 누군가는 ‘휴식기’라고 칭했습니다. 분명 격려하는 말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제겐 그 모든 게 고깝게 들렸고 열등감만이 속에서 몸집을 키워나갔습니다. 중퇴 후 더 암울해진 저는 햇빛이라도 보라던 어머니의 손길에 등 떠밀리듯 서점에 갔고, 함께 검정고시 수험서를 구매했습니다. 맘고생을 심하게 하셨을 어머니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죄인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아마 그 순간이 전환점이지 않을까요. 계산대에서 들린 수험서의 바코드 태그 소리가 달리기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처럼 머릿속을 환기했고 자기비하 뿐이었던 제 머릿속에는 작은 목표들이 일었습니다. 남들에겐 지극히 일상적이고 사소한 일이 제겐 신호탄이 되어 마음가짐을 달리하게 한 셈입니다. 서점에서 엄마와 책을 사던 지난 수많은 날들과 셀 수도 없이 울렸을 그 수많은 바코드 태그 소리에는 저의 행복을 응원하던 엄마의 마음이 누구보다도 간절히 담겨있었음을 조금은 알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고졸 준비를 위해 몇 년만에 다시앉은 낯선 책상 앞에서는 수차례 좌절을 맛볼 수밖에 없었지만 더이상 공부가 의미없다 생각하지 않았기에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저는 수학도 영어도 못했습니다. 기억 속엔 잘 했던 것 같은데 왜 하나도 안 풀리는지 멋쩍기도 했지만 처음부터 차근차근 다시 되짚어보고 고등학교 개념을 익히다보니 점차 익숙한 것 같기도 하고 문제가 맞으면 기분이 좋았습니다. 곱셈공식부터 중학교 때 배운 이차방정식, 부등식, 함수…. 생각보다 강의가 재밌어서 집중하여 들었는데 특히 과학과 국어는 초등학교 때부터 이어지는 교과내용의 이해와 응용을 요구하는 과목이기에 거의 노베이스였던 제게 처음에는 벅차게 느껴졌지만 강의가 쉬우면서도 전달력이 좋아서 다른 강의를 찾아들을 필요 없이 예습 후 개념서 강의를 듣고, 필기로 복습하며 혼자 핵심총정리나 기출문제를 풀어보며 모든 내용을 잘 알고 있는지 평가하는 과정을 거치기를 반복하다보니 흥미를 가지고 매일 공부하게 되는 건 시간문제였습니다.
글이 많이 길었네요. 저와 같이 낮아진 자존감으로 흥미도 목표도 잃은 학생들에게 지금의 과정은 그저 ‘도약’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솔직히 중학교 수학도 모르는 내가 무슨 고졸을 딸까 싶어서 취업도 해봤고 어느정도 일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어릴뿐더러, 나이에 얽매여 단념한다면 미련은 죽는 그 날까지 나와 함께할 수도 있으니 누구라도 공부 할 수 있다면 한 번쯤은 도전해보시라고 후회는 없으실 거라고 말하고싶습니다. 전 주변에 조언을 구할 곳도 상담할 곳도 없어서 혼자 속앓이가 심했거든요..ㅎㅎ 그렇다고 같은 고민을 나눌 사람들을 찾아 인터넷같은 건 하지 마시고…. 삶에 지쳤다면 집단 속의 내가 아닌 나라는 사람을 위해 잠도 푹 자고 건강히 좀 쉬었다가 목표를 잡기 시작해보세요. 가족들을 위해서도 좋고 내 미래를 위해서도 좋고. 달이 지면 해는 뜨니 내일이 온다는 건 거스를 수 없는 사실이잖아요. 이왕 맞게 된 하루 하루들을 좀 더 편하게 기쁘게 맞아볼 방법들을, 그것을 위해 내가 최소한 해야 할 것들을 차근차근 해봐요 !!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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